전기차 배터리의 질주, 2025년 반도체 뛰어넘는다

김경락 2020. 2. 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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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경제의 창
5년 뒤 전기차 1200만대 팔려
세계 배터리시장 182조원대 전망
169조 메모리반도체 추월 점쳐
한·중·일 삼국지 양상 경쟁 치열
중 CATL 1위..파나소닉·엘지 순
완성차업체선 열띤 '합작 구애'
전문가, 5위권만 생존 가능 분석
시장선점 경쟁 갈수록 뜨거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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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식은 이 세상 밖에 있다.” (Tesla's stock is out of world)

 이달 초 미 시엔엔(CNN)이 테슬라의 주가 폭등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뛰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만 갑절 이상 상승하며 장중 한때 969달러를 찍는 등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허덕이며 주가 전망치가 10달러까지 바닥을 기었던 테슬라가 반전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보급형 모델3를 양산하면서부터다. 최근의 지나친 급등세에 대한 거품 공방도 있지만 전기차 시대의 본격화 시점을 2020년으로 보면서 업계를 선도하는 테슬라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것이다.

 웃음꽃이 핀 건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테슬라와 파나소닉 간의 배타적 협업을 깨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확정한 엘지(LG)화학 주가도 올 초부터 기록을 갱신하며 상승 중이다. 같은 배터리 업체인 삼성에스디아이(SDI)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지어 정유 부문의 침체와 최근 엘지화학과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조기 패소로 악재가 겹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도 주가를 방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세 기업은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배터리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전기차 세계 생산이 400만대를 넘어서면서 본격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 회계법인 삼정케이피엠지(KPMG)가 지난해 내놓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 198만대 팔렸던 전기차가 2025년 1200만대 넘게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보고서를 내어, 2023년께 배터리 시장규모를 95조8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고,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마켓은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2025년 169조원 시장을 내다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아가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품귀현상도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에스엔이(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2023년에는 916GWh로 공급량 776GWh을 넘어서 2029년까지 공급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완성차들의 배터리 확보 전쟁은 치열하다. 지난해 11월 내연기관 자동차 종식을 선언하며 향후 5년간 우리 돈 78조원을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자한다고 밝힌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합작으로 연 생산량 16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또 국내 엘지화학, 삼성에스디아이,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과도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인 도요타와 배터리 산업을 가장 먼저 주도했던 파나소닉도 지난해 합작법인을 세웠고 국내기업인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도 각각 지엠(미국)·지리자동차(중국)과 베이징자동차(중국)와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체 간에 승기를 잡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삼국지 양상으로 중국 시에이티엘(CATL)이 1위를 차지하고 일본 파나소닉과 엘지화학이 뒤를 잇고 있다. 그 외 중국 비야디와 삼성에스디아이가 5위권에 포함돼 있다. 후발주자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7~8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수준 높은 기술력, 그리고 까다로운 운영능력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다. 완성차 업체 중 독일 베엠베(BMW) 정도를 제외하고는 직접 생산에 나서기보다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이유다. 실제 2018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며 배터리에서 완성차까지 자체 생산을 선언했던 다이슨이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한 데는 배터리 개발에 난항을 거듭했던 이유가 컸다. 

 국내업체들의 수주전도 숨 가쁘다. 엘지화학은 지난해까지 150조원 규모의 누적 수주를 기록하며 2024년까지 배터리 분야 매출을 30조원 이상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인 시에이티엘이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특혜를 받아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에 견주면 글로벌 탑 수준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56조원, 에스케이이노베이션도 50조원 규모로 바짝 추격하며 국내 3개 기업의 수주잔고가 2020년 1월 현재 200조원을 넘겼다. 아직은 제2의 반도체 목표가 순항 중인 셈이다. 다만 배터리 사업 특성상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5~6개 업체가 전체 시장을 과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배터리 기술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는 가운데 중국 쪽 보조금 정책변화 등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5위권에 진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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